'제3회 노화연구포럼' 열려…치매환자 1인당 연간 총비용 787만원

2008-08-25 07:49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예방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국민적 인식은 물론 정부 지원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가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치매 예방 및 조기 개입 방안’을 주제로 마련한 ‘제3회 노화연구포럼’에 나온 정신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치매 예방의 효과를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이 정부 지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진형 강원대의대 정신과 교수는 이 날 주제발표를 통해 “여성들이 피부노화를 막기 위해 꾸준히 관리하듯 치매도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식이조절만으로도 치매 발병 시기를 6개월~1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치매 예방백신도 임상에서는 실패했지만 동물실험에서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향후 5~10년 내에 치매예방 효과를 가진 약물도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매환자의 부검 발표결과를 보면 혈관 이상에 의한 뇌경색 등 종합적인 병리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운동과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 치매예방을 위해선 다양한 접근법이 요구된다.

주진형 교수는 “그러나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수치심으로 치매환자의 절반은 정기검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야 향후 치매예방관리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부담도 치매예방이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97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노인은 전체의 8.3%인 36만4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의 진행으로 치매노인 수 역시 증가해 오는 2020년이면 7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내부 자료에서도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지난 2002년 이후 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뇌졸중과 파킨슨병은 2배 늘었다.

이날 포럼에서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강임옥 박사는 “이 같은 증가세로 치매환자 1인당 연간 총비용은 평균 7백87만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공식적·비공식적 의료비를 더한 직접비는 물론 가족구성원의 생산성 손실 등에 따른 간접비가 모두 포함됐다.

치매예방 효과 계량화…"조기검진·연구투자 확대해야"

현재 보건복지가족부는 현재 치매예방을 위해 조기검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 사업에는 보건소 87곳, 거점병원 60곳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7만4,000여명이 치매진을 받았고, 8,000여명이 의사검진을 받았다.

그러나 치매노인의 급증세를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더욱이 조기검진을 위한 사업비 지원 규모 역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가정간호 연계, 요양시설과 전문의료기관 확충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자연 치매예방을 위한 연구투자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진형 강원대의대 정신과 교수는 “올해 치매예방을 위한 사업비가 8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며 “인건비로 쓰면 남는 것이 없어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치매는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과 달리 예방효과를 판정하는 데 몇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는 계량화된 수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임옥 건강보험연구원 박사는 "치매유병률과 치매사망률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계량화된 수치가 나와야 정부에 투자를 건의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이석범 단국대병원 교수는 "치매예방을 위한 인지증진 프로그램의 효과를 지지하는 다수의 외국 연구보고가 있지만, 국내의 경우 거의 전무하다. 외국의 것도 단편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효과 검증을 위한 지속적인 지속적인 연구 투자를 한 뒤 비교적 효과가 검증된 방법부터 단계적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치매관리의 연계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복지부 산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마지플랜에 나타난 치매노인 관리방안은 ▲보건소 치매상담센터 기능강화 ▲치매상담전담요원 배치 확대 ▲공립치매요양병원 확충 ▲급성기병상 요양병원 전환시 개보수비 융자지원 ▲재가돌보미바우처 ▲인프라구축 등으로 요약된다.

강임옥 건강보험연구원 박사는 “새로마지플랜에 따른 치매노인에 대한 종합적 관리와 지원체계 구축사업은 서로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생애전환기(66세) 건강검진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만성질환자를 위한 단골의사제 도입 등과 치매예방사업을 연계해 접근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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